가계부를 여러 번 시도했다가 포기한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다. 시작할 때 너무 잘하려고 한다는 점이다. 항목은 많고, 규칙은 복잡하고, 하루라도 빠지면 스스로에게 실망한다. 그렇게 가계부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된다.
하지만 가계부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, 계속 쓰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. 이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정착시킨, 초보자도 실패하지 않는 가계부 작성법을 정리해보려 한다.
가계부를 시작하기 전, 꼭 바꿔야 할 생각
가계부는 돈을 줄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. 소비를 통제하려는 순간 가계부는 오래가지 못한다. 대신 가계부는 내 생활을 관찰하는 기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지속 가능하다.
오늘 뭘 샀는지가 아니라,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를 기록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.
처음엔 딱 3가지 항목만 있으면 된다
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지 않는 것이 세분화된 지출 항목이다. 식비, 카페, 배달, 외식, 간식처럼 나누기 시작하면 기준이 흔들린다.
처음에는 아래 3가지만으로 충분하다.
- 고정지출
- 변동지출
- 저축
이렇게만 나눠도 한 달 돈의 큰 흐름은 전부 보인다. 디테일은 나중 문제다.
매일 쓰지 않아도 된다
가계부는 반드시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.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기록하는 건 쉽지 않다. 그래서 나는 주 1~2회 몰아서 쓰는 방식을 선택했다.
카드 사용 내역이나 계좌 내역을 보면서 한 번에 정리하면 시간도 줄고, 누락도 적다. 중요한 건 빈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.
금액보다 먼저 봐야 할 것
가계부를 보면 대부분 합계부터 계산한다. 하지만 초보자일수록 금액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.
1. 반복되는 지출
매달 비슷한 시기에 나가는 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.
2. 생각 없이 쓴 소비
기억나지 않는 지출은 대부분 습관 소비다.
3. 감정에 따라 변하는 소비
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받은 날의 지출을 체크해본다.
이 세 가지만 파악해도 다음 달의 소비는 자연스럽게 달라진다.
가계부를 오래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
가계부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앱을 쓰지 않는다. 대신 몇 가지 공통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.
- 하루 빠졌다고 포기하지 않는다
- 지출을 평가하지 않는다
- 완벽한 달보다 평균적인 달을 본다
이 태도가 쌓이면 가계부는 부담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된다.
가계부의 목적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
한 달 가계부를 썼다면 반드시 하나의 결론만 정하면 된다.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.
- 외식은 줄이기보다 횟수를 정하자
- 카페 소비는 스트레스 관리용이니 유지하자
- 고정지출은 다음 달에 한 번 점검하자
이처럼 하나의 기준만 생겨도 가계부는 충분히 역할을 한다.
가계부는 습관의 출발점이다
가계부를 잘 쓰는 것이 목표가 되면 오래가지 않는다. 대신 가계부를 통해 내 생활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.
다음 글에서는 가계부보다 훨씬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, 고정지출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.